English | 한국어

화요일 18 11월

ArtCritic favicon

날리니 말라니와 카산드라의 유산

게시일: 21 5월 2025

작성자: 에르베 랑슬랭 (Hervé Lancelin)

카테고리: 미술 비평

읽는 시간: 9 분

날리니 말라니는 비디오 설치, 마일라 위에 역방향으로 그린 회화,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통해 신화적 이야기를 현대 비평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녀의 다학제적 작품은 여성에 대한 폭력, 파괴적인 민족주의, 그리고 우리의 집단적 현재에 지속되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탐구한다.

잘 들어봐요, 스놉 여러분. 날리니 말라니는 우리 서구의 오만함이 완강히 인정하지 않는 명백한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현대 미술은 백색 배경 위에 흰 색 정사각형을 이해한다고 자처하는 엘리트를 위해 샴페인을 제공하는 여러분의 무균 갤러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1946년 카라치에서 태어나, 피비린내 나는 분할 1년 전 인도 아대륙에서 태어난 인도 아티스트는 매체 간 인공적인 경계를 초월하는 내장적이고 정치적이며 감각적인 작품을 선사합니다. 그녀의 비디오 설치, 최면적인 “쉐도우 플레이”(shadow plays), 디지털 애니메이션, 그리고 폴리에스터에서 유래한 매우 얇고 내구성 있는 신소재인 마일러에 거꾸로 그린 회화를 통해, 말라니는 문화적 합의의 베일을 찢어 우리가 무시하기를 선호하는 진실과 마주하게 합니다.

그녀가 1999년 뭄바이의 프린스 오브 웨일스 박물관에서 처음 선보인 설치작품 “Remembering Toba Tek Singh”은 사아닷 하산 만토의 파괴적인 분할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수천 명의 박물관 방문객에게 인도의 지하 핵실험 결과의 참담함을 직면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부르주아 거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벽 장식물이 아니라, 민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도자들의 광기에 맞선 정치적 행위이자 저항의 제스처입니다.

카르 말라니는 정치적 폭력, 여성에 대한 억압, 그리고 사회적 부정의에 끊임없이 맞서고 있습니다. 그녀의 설치 작품 “Unity in Diversity”(2003)는 2002년 구자라트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에 대응하는 작품으로, 이 사건으로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대부분 무슬림이었습니다. 중산층 인도 가정의 거실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여성 음악가들이 갑작스러운 총격으로 중단되며, 배경에서는 네루의 민족주의 연설과 피에 젖은 희생자들의 이미지가 울려 퍼집니다. 제목은 현대 인도의 건국 이념인 다문화주의와 세속주의 이상을 가리키며, 이는 오늘날 종교 분파주의 세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습니다.

말라니의 미학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기술적 숙련은 메시지와 긴급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녀가 마이랄(mylar) 위에 역방향으로 페인팅하는 기술, 즉 전통 인도 예술과 현대 예술이 결합된 기술을 사용할 때, 그것은 기억, 정체성, 역사적 폭력 간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기 위함입니다. “Stories Retold”(2002) 시리즈에서 그녀는 인도 신화의 여성들을 재해석하여 역사에 잊힌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합니다. 그녀의 라다는 단순히 현대적으로 정화된 해석에서처럼 크리슈나의 영적 연인이 아니라, 감각적 쾌락의 모든 스펙트럼을 구현하며 자신의 육체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여신입니다.

말라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영화적 지능입니다. 뭄바이의 J.J. 예술 학교에서 교육받은 그녀는 1969년부터 아크바르 파담시가 주도한 비전 익스체인지 워크숍(Vision Exchange Workshop)을 통해 영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만든 단편 영화들, 특히 “Still Life”, “Onanism”, “Utopia”는 이미 관습을 거부하는 예술가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Utopia” (1969/76)에서 그녀는 네루가 장려한 근대주의 건축을 해체하는 추상적 도시 풍경을 구축하며, 인도의 탈식민지 이상주의와 그 약속의 불이행을 질문합니다.

그녀 작업의 영화적 울림은 우연이 아닙니다. 말라니는 1970년부터 1972년까지 파리에 머무는 동안 노암 촘스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장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지식인들과 교류했고, 장뤽 고다르도 만났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개방성과 인도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합되어, 그녀는 스스로 말했듯이 “서로 다른 문화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세우려는” 독특한 시각 언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1].

그녀의 비디오와 설치 예술 접근법은 연극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학업 중에 말라니는 뭄바이의 Bhulabhai Memorial Institute에서 배우, 음악가, 시인, 무용수와 협력하는 다학제 공간에서 작업했습니다. 그녀는 연극이 도시의 엘리트 미술 갤러리에 들어가지 않을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공연적 요소는 “City of Desires”(1992) 같은 그녀의 “지우기 퍼포먼스”에서 나타나는데, 이 작품은 뭄바이의 갤러리 체몰드에서 단 15일간 전시된 일시적인 벽화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녀 작품의 중심 주제입니다. “Can You Hear Me ?”(2018-2020)는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전시되었으며, 카슈미르에서 8세 소녀가 당한 강간과 살인에 대한 응답입니다. 아이패드로 제작된 88개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몰입형 설치작업은 텍스트, 얼굴, 형체가 광란의 속도로 생성되고 사라지는 단편적인 사고의 세계에 빠져들게 합니다. 이러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만화는 공포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쓰는 혼란스러운 의식을 묘사합니다.

말라니를 수많은 현대 예술가들과 구별 짓는 점은 고정된 정체성에 스스로를 가두길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서구 기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인디언성”을 이국적 자본으로 활용하는 이들과 달리, 그녀는 독특한 위치를 활용해 진정한 세계주의적인 예술을 창조합니다. 그녀의 작품 “Sita/Médée” (2006)는 그리스 신화와 인도 신화의 두 비극적인 여성 인물을 하나의 회화적 장(場) 위에 융합한 예를 보여주듯, 그리스와 인도의 신화에서 모두 영감을 얻습니다.

그녀의 실천은 문학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2012년 설치 작품 “In Search of Vanished Blood”에서 그녀는 크리스타 울프의 소설 “카산드라”와 진실을 말하지만 결코 믿어지지 않는 예언자 여성의 신화적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말라니가 가부장적 권력에 의해 그녀의 말이 항상 무시되는 여성 카산드라와 동일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남성이 지배하는 예술계에서 여성 예술가로서 그녀는 오랫동안 인류학자 비나 다스가 “남성 동료들로부터 받는 깔보는 태도”라고 부른 대우를 경험해왔습니다[2].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된 설치 작품 “Mother India : Transactions in the Construction of Pain”은 분할 기간 중 여성들이 겪은 성폭력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비나 다스의 에세이 “Language and Body : Transactions in the Construction of Pain”에서 영감을 얻은 말라니는 분쟁 시기에 여성의 몸이 국가를 상징하는 은유가 되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분할 기간 동안 국경 양쪽에서 약 10만 명의 여성이 납치되고 강간당했습니다. 다스가 쓴 대로, “여성의 몸은 국가의 은유였으며, 그들은 적에 의해 점유당했음을 나타내야 했다”고 합니다[3].

말라니의 강점은 이러한 트라우마적인 주제들을 강력한 미학적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입니다. 그녀의 “비디오/그림자 연극” 작품들인 “Gamepieces” (2003)와 “Remembering Mad Meg” (2007)는 빛, 그림자, 색채, 소리가 결합하여 공감각적인 체험을 만들어내는 몰입형 환경을 구축합니다. 거꾸로 그려진 회전하는 원통들이 벽에 움직이는 그림자를 투사하고, 그들을 통해 비디오가 상영되어 여러 서사 층이 겹치고 교차합니다.

말라니가 브뤼겔의 “미친 메그”(Dulle Griet) 인물에 관심을 갖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머리에 냄비를 쓰고 허리에는 조리 도구를 차고 이상한 생물 군대를 거느린 이 여성은 그녀 작품에서는 여성의 힘과 용기의 상징이 됩니다. 그런 여성이 마녀로 불태워지던 시대에, 메그는 단호하게 나라를 누비는 저항의 인물로 묘사됩니다.

비판만 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많은 예술가들과 달리 말라니는 집단 치유로 나아가는 길을 제안합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녀는 “미래는 여성이다. 다른 길은 없다”고 말합니다[4]. 그녀에게 전통적 남성적 가치들의 지배는 환경 파괴와 소외 계층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졌습니다. 해결책은 우리 각자 내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남성성 경향의 균형에 있다고 봅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최근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업은 예술계 수호자들을 우회해 더 넓은 대중과 소통하려는 그녀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녀가 “움직이는 노트”라고 부르는 이 작품들은 정치적, 사회적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만든 작품 중 하나에서는 “국가”라는 라벨이 붙은 총과 “시민”을 나타내는 손이 화면에서 깜빡이며, 이어서 랭스턴 휴즈의 시 “Out of Work”의 한 구절이 나타납니다.

말라니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매우 적절한 이유는 동서양 간의 인위적인 분열을 초월하는 능력에도 있습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My Reality is Different” 전시회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이패드를 사용하여 서양의 걸작들을 애니메이션화하고 변형시키며 자신의 관점과 대조시킵니다. 붉은 색으로 스케치된 인물들이 거대한 그림 조각들 사이로 떨어져 홀바인의 “대사들” 속 류트의 프렛을 따라 미끄러지거나 라이트 오브 더비의 “의사의 악몽” 속 공기 펌프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이 문화 간 대화는 무분별한 전유가 아닙니다. 말라니가 강조하듯이, “모든 문화의 총합은 모든 예술가를 위한 사전이다” [5]. 그녀는 피카소 같은 서양 예술가들이 다른 문화를 영감 삼는 것에 더 큰 정당성이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며, 종종 ‘파생적’이라고 평가받는 옛 식민지 출신 예술가들도 같은 방식으로 영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 작품의 정치적 측면은 결코 독단적이지 않습니다. 최근 작품 “The Future is Female”에서는 전통적으로 땅과 연관된 여성적 가치가 무한 자원으로 자연을 대하는 파괴적 자본주의에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뭄바이와 델리의 오염이 크게 줄어들어 분홍 플라밍고들이 도시의 습지대에 다시 많이 돌아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그녀에게 이는 카산드라의 시각을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진실은 우리 눈앞에 있으며 단지 인식하고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리니 말라니의 위대함은 여러 층위에서 우리를 일깨우는 예술을 창조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녀가 설명하듯이, “작가와 예술작품, 관객 간의 삼자 관계이다. 세 사람이 함께 예술을 깨운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은 잠자고 있다” [6]. 그녀의 작업은 우리에게 의미 창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역사, 정치, 문화와의 비판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초대합니다.

70세가 넘은 말라니는 여전히 자신의 적절성과 혁신 능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내셔널 갤러리 현대 펠로우십의 첫 수혜자로서 그녀는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탐구하고 지배적 서사를 도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실천은 예술이 사치가 아니라, 그녀가 말했듯이 “산소와 신선한 공기처럼” [7], 우리의 집단적 생존에 필수적임을 상기시켜줍니다.

반대 의견이 점점 더 배제되고, 많은 나라에서 민족주의자와 근본주의자가 세력을 확장하는 세상에서 말라니의 작품은 저항하고 증언하며 대안적 미래를 상상하는 것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녀는 예술이 정치적으로 참여하면서도 미학적으로도 강력할 수 있음을, 우리의 시대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매료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1. 말라니, 날리니. 요한 페인압펠과의 인터뷰, 2005. 작가 웹사이트, nalinimalani.com.
  2. 페인압펠, 요한. “날리니 말라니”, 프리즈, 2008년 1월 1일.
  3. 다스, 비나. “언어와 몸: 고통 구성에서의 교환”, 아서 클라인만, 비나 다스, 마거릿 록 편저, 『사회적 고통』.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 인도, 1998.
  4. 릭스, 줄리엣. “날리니 말라니, 인터뷰: ‘미래는 여성이다. 다른 길은 없다'”, 스튜디오 인터내셔널, 2020.
  5. 루크, 벤. “내셔널 갤러리의 날리니 말라니 전시 리뷰: 소장작품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다”, 이브닝 스탠다드, 2023.
  6. 레이, 데비카. “경계 없는 예술, 날리니 말라니와의 인터뷰”, 아폴로 매거진, 2020년 9월.
  7. 말라니, 날리니. “날리니 말라니, 인터뷰: ‘미래는 여성이다. 다른 길은 없다'”, 스튜디오 인터내셔널, 2020년 인용.
Was this helpful?
0/400

참고 인물

Nalini MALANI (1946)
이름: Nalini
성: MALANI
성별: 여성
국적:

  • 인도

나이: 79 세 (2025)

팔로우하기